2024년 파라다이스 도고| 한국에서 발견한 눈 내리는 겨울 온천

나는 파라다이스 도고 겨울 온천을 좋아한다. 여름 워터파크는 줄이 길고 가격이 비싸지만 겨울에 오면 따뜻하고 줄도 없고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충남 아산에 있는 워터파크 온천으로, 쾌적한 실내와 다양한 탕을 갖추고 있다. 야외에는 겨울에도 파도풀을 개장하는 고마운 워터파크다.

저 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가 이곳에 온 첫 번째 이유는 피자탕이다. 피자를 파는 탕에서 피맥을 때릴 수 있는 곳이다. 된장 냄새에 끌려서 3만 4000원을 소비했다. 아주 사악한 가격이다. 제일 싼 게 떡볶이 6000원이다. 탕에 토핑이 떠다니니 다들 조심히 먹길 바란다. 쫀득쫀득한 고르곤졸라 피자가 나왔는데, 워터파크 음식들은 다 그저 그런데 피자는 제법이다. 맥주는 거의 신의 한 수다. 밖의 온도가 영하라서 먹는 내내 시원했다.

파라다이스 도고

떠돌아다니다 보니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인 히노키탕이 보인다. 파라다이스 도고 중간에 있는 탕은 히노키탕에 가기 위한 대기탕인데, 양쪽에 있는 사람들과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전혀 다르다. 참고로 나는 20분 기다렸다. 히노키는 한국말로 편백나무랜다. 편백향이 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하 15도 추위에 이 펄펄 끓는 탕에 들어가 있자니 기분이 오묘했다.

영하 15도의 유수풀을 타다보니, 내가 지금까지 가본 워터파크 중 최초다. 이 추운 겨울에 유수풀을 가동하다니 엄청난 워터파크다. 대신 여기 함정이 있다. 일어나는 중간 상체가 언다. 흔하디 흔한 튜브 위에 앉아서 떠다니는 풍경 따윈 없다. 전부 두더지처럼 얼굴만 빼꼼 내밀고 떠다닌다. 저렇게 일정한 자세로 누워 있는 걸 보며 고인 물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혹한기 체험을 하러 온것이다.

내가 여기 온 세 번째 이유는 겨울 파도풀이다. 파도풀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 날은 엄청나게 따뜻하다. 이렇게 좋은 곳에 왜 사람이 별로 없냐고? 이 고통을 이겨낸 자들만 올 수 있다. 다른 바다 풀들은 15분 운영하고 15분 쉬고 하던데 여기는 쉬는 시간이 없다. 운영시간 내내 일렁거린다. 이제 눈까지 온다. 음악도 나온다. 나는 눈이 와서 너무 좋은데 충청도 사람들은 눈이 지겨운가 보다. 사람들이 다 떠난 대기탕이라 경쟁자가 없었다. 히노기탕에서 영상각을 재본다. 느리게 더 느리게 이거다. 인스타 각이다.

여기까지 와서 인증샷 하나는 꼭 남겨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별거 아닌 촬영 팁을 풀자면, 갤럭시 기준 카메라를 켠다. 더 보기 슬로우 모션을 누르고 냥 동영상 찍듯이 빨간 버튼을 눌러주면 끝이다. 1초 찍으면 한 10초로 늘려주는데, 동작이 역동적일수록 잘 찍히고 눈 내리는 거 찍을 때 좋다.

내 구명조끼에 쌓인 충청도의 눈은 심각하다. 이 곳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내소개는 잠깐해줘야겠다. 실내에는 마사지하는 구역이 열 군데 정도 있다. 점심만 마사지, 목 마사지, 어깨 마사지, 발 마사지 등등 근육을 풀어줘서 좋기는 한데 고장난 곳도 많고, 물 온도도 실외보다는 안 따뜻해서 빠르게 맛만 본 다음에 애들이나 하는 닥터 피쉬를 하러 왔다. 닥터 피쉬면 의사 물고기. 의사 물고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저 물고기들은 사람 피부를 쪼아 먹는다. 그냥 피부는 아니고 각질을 뜯어먹는다는데 너네 너무 나한테만 오는 거 아니니 부끄럽다. 내가 닥터피쉬를 키우면 사료 값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근데 이 건 나로 알아본 건데 실제로 닥터피쉬는 보호종이라서 수출 거래가 금지된 종이란다. 애들은 대부분 중국산 엔지노라는 애들이랜다. 배가 고프니까 사람 몸에 붙어서 각질이라도 긁어 먹어 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어쩐지 무서워 후다닥 나와서,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는다. 오기 전에 음식 괜찮다는 평을 보긴 했지만, 솔직히 안 믿었는데 진짜 솜씨들이 훌륭하시다. 워터파크 기준 별 다섯 갠 거 같다.

샤워실에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드라이기, 스킨로션 다 있으니까 따로 챙겨갈 필요는 없다. 단, 아쿠아 슈즈만 있지 말고 챙겨가자. 겨울에 오면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진다.

오늘의 삼줄평: 겨울에 온수파도풀이랑 온수유수풀 운영하는 게 레전드. 요기는 오로지 온천 위주라 겨울에 와야 제대로 놀 수 있다.